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여섯 번째 이야기!
이웃집 활동가는 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서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 속에 녹아있는
활동 이야기, 성매매방지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들,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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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는 여전하지만, 어느 덧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 이때, 2023년 첫 이웃집 활동가가 찾아왔습니다! 누군가는 살아내고 있지만, 계속해서 어려움을 경험해야만 했던 현실을 담아보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님의 삶속에 깊숙히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면서
3월의 이웃집 활동가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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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랜덤채팅 어플에 접속해 센터 홍보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소위 ‘조건만남’으로 불리는 온라인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게 센터를 알리고자 쪽지를 보내는 일입니다. 그날도 평소대로 랜덤채팅에 접속한 여성들의 닉네임과 소개글 문구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 이름 없는 하루
그 닉네임을 본 순간 멈칫했습니다. 닉네임인데 이름이 없다니. 그 역설적인 표현 앞에, 과연 그녀가 비워둔 존재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하루는 얼마의 시간일까 생각했습니다. 성매매 환경에서 여성들은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분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자신을 잃는 경험을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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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머리칼이 길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는 까만 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지독하게 어두운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혹여나 그녀를 잃을까봐 두려웠습니다. 그 까만 이처럼이라도 살아주기를. 눈앞이 깜깜해도 강인한 생명력을 품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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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매수 알선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재판정에 모여있던 피고인들의 지인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햇볕이 뜨거운 대낮이었는데, 법원 계단을 내려오던 길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매회 방청석이 꽉 차도 결단코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재판이었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자리를 한 칸이라도 지켜내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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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야기들은 제가 경험하고 마주한 성매매의 조각들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돈을 받았으니, 모든 것은 여성들의 선택이고 탓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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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매자가 성매매업소에 와서 하는 건 단순히 성행위만이 아니다.
왕 대접받기, 모욕하기, 온갖 판타지 채우기, 함부로 대하기, 욕하기, 돈 떼먹기, 때려보기...
그리고 이때 벌어지는 상황과 폭력의 가짓수는 무한하다.
그들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러 이곳에 온다.”
-성매매당사자네트워크뭉치 <무한발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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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을 만나며 수많은 성매수자가 돈으로 앗아간 것들을 목격하곤 합니다.
소위 ‘갑질’,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사회문제가 되듯이, 우리는 돈을 받았다고 하여 그 환경에서 벌어지는 착취나 인권 침해, 폭력 등을 절대로 묵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성매매 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정당한 것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돈을 줬으면, 누군가의 몸에 함부로 침범하고, 때리고, 속이고, 촬영하고, 훔치고, 협박하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걸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성매수자들은 돈으로 여성들의 영혼까지 소유한 마냥 각종 추가적인 범죄들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허울 좋은 말들로 여성을 모집하고 여성의 몸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성매매 알선자들이 만연한 세상입니다. 거대하고 음흉한 성매매 카르텔이 구축된 사회에서, 누구나 성매매 피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할수록 더 쉽게 성매매에 유입되고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성매매는 결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본질적으로 인신매매와 같습니다. 성매매는 결코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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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세상 그 누구도 돈으로 존엄한 ‘사람’의 몸을, 인권을 살, 괴롭힐 권리를 얻을 수 없습니다.
가끔 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뭘까 생각합니다.
사람의 몸을 거래할 수 있다고 믿는, 이 기괴한 사회구조 속에서,
더는 누구도 ‘이름 없는 하루’를 보내지 않기를.
‘원래 그런 일’은 없다고, '꼭 살아내어 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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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울시인터넷시민감시단이 되어주세요! 불법·유해정보가 성착취로 연결되지 않도록 서울 시민분들께서는 함께 불법 성산업을 감시하고 신고하는데 동참해주세요. 불법 성산업을 감시하는 시민이 되어주세요. 당신의 실천이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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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인터넷시민감시단 우수활동가 수기가 도착했어요! 그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였던 감시단 여러분들 중, 총 세 분이 활동 후기를 남겨주었습니다. 인터넷시민감시단의 작년 한해 활동이 궁금했다면 바로 지금 클릭해 보세요! (2023년 활동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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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이웃집 활동가 어떠셨나요?
아래의 링크를 통해 어떤 점이 좋았는지,
혹은 나빴는지,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셨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다음 내용을 꾸리는데 참고하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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