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다시함께 활동가 자몽의 이야기
이웃집 활동가는 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과 그 속에 녹아있는 활동 이야기, 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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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이번 이웃집활동가에서는 다시함께에서 불꽃을 피우는 한 활동가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자몽의 이야기처럼 님의 마음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나요?
일교차 큰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라며, 2024년 첫번째 이웃집 활동가 자몽의 편지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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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반성매매 활동가가 되기 위해 미션 수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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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반성매매 활동은 작은 인연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상담 공부를 했어요. 졸업하면 무조건 상담심리사가 될 줄 알았죠. 그러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문득 생각을 멈추고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데, 마침 ‘여성폭력에 관심을 가지고, 매일 같이 화를 내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여성폭력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의 고민에 직면한 바로 그때, “뭐 하고 지내니? 아르바이트해 보지 않을래?” 지인분께서 성매매 분야 공공기관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선택한 것이, 제 반성매매 활동의 불씨가 되어 준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 그 작은 불씨는 이후에 제가 반성매매 활동 기관에 오게 되면서 더 타오르게 되었고, 6년이란 세월 동안 꺼지지 않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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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반성매매 활동 기관인 이곳 다시함께상담센터의 ‘감시사업팀’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막대한 ‘성매매 산업’이라는 것이었어요. 그 막대한 규모를, ’업소‧광고를 신고·고발하면서 배워 나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이 과정은 제게 마치, 나무 무기를 쥔 초심자 사냥꾼이 상급자 사냥터에 떨어진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어요.
광고에 나타나는 성매매 업소는 유형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달랐고, 신고·고발을 하려면 그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했죠. 하루에도 몇 시간씩 휘황찬란하게 움직이는 성매매 광고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힘이 빠지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어떻게 이렇게 허접하게 돌아가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성매수자가 70만 명이나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이트들을 샅샅이 뒤져서, 마침내 모은 증거들로 성매매 업소 고발에 한몫한 것은, 성매매 산업을 깨부수기 위한 초심 활동가의 기록되지 않은 작은 업적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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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성산업을 감시하고 고발하던 2년 차 시절의 제게, ‘큰 변화’가 생겼어요. 팀 변동으로 현장지원팀에 가게 되어, 처음으로 ‘영등포 집결지의 언니들과 가깝고 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었죠.
여성들의 경험을 이해하려면 집결지 업소의 생리에 대해 바로바로 알아들어야 했는데, 그땐 그것을 잘 몰랐어요. 언니들에게 하나하나 물어가며 배우길 꼬박 1년여, 조금씩 언니들의 삶 속에 스며들게 되었어요. (이때 제 평생 마실 믹스커피를 언니들에게 다 얻어 마신 것 같아요.)
업소의 생리를 알아듣기 시작한 단계가 되니, 여성들이 업소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부당하다는 것을 더 깊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반문하며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죠. “내가 당연하다 여겼던 업소의 규칙에 의문을 가져주는 사람은 처음 봤다.” 오랫동안 성매매를 경험하던 언니가 저에게 해준 말이에요.
오랜 시간 업소의 생활에 익숙해져 업주가 만든 규칙, 그곳의 생리가 당연하고 익숙했던 여성들에게,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키워갈 수 있도록 작은 씨앗을 심어주는 것, 그런 것들이 상담원으로서 저의 역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순간으로 그날의 대화가 오랫동안 제 맘속에 기억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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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올해 초, 저에게 센터에서의 또 한번의 변화가 찾아왔어요. 저는 현재, ‘상담팀’으로 옮겨 탈성매매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는 여성들을 주로 만나고 있답니다.
어릴 적 제가 상담 공부를 하면서 배웠던 것은, ‘개인의 히스토리가 중요하다’라는 것이었다면, 지금까지 반성매매 활동과 상담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은, 성매매 산업이 여성들을 어떤 식으로 유인하는지, 사회적 구조가 취약한 여성들을 어떤 식으로 성매매로 내몰고 있는지, 그 ‘사회구조적 맥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었어요. 비로소 상담을 통해 여성들에게 이런 것들을 힘주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 저의 반성매매 활동의 의미 있는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성매매 경험 여성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일 외에도, 각종 SNS를 통해 여러 피해사례를 알리고, 센터의 지원을 자세히 홍보하는 역할도 맡고 있어요. 성매매 경험 여성들이 탈성매매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매일 어떤 내용으로 홍보할지 고민이 깊어져 가는 요즈음입니다.
지금의 저는요? 여전히 배울 것투성이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반성매매 활동을 알게 되어 다시함께상담센터에 들어와서 나무 막대기 하나 들고 ‘성매매 산업’이라는 사냥터에 떨어져 헤매던 제가, 언니들의 목소리를 통해 성매매 생리를 배우고, 어느덧 더욱 전문적으로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경험을 가지든 결코 여성들의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힘껏 외치고 싶은, 반성매매 활동가이자 상담사가 되기 위해 저는 오늘도 여전히 미션 수행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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