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지원 상담원의 삶[내 아픔을 들어줄 수 있는 한 사람]
타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3년간 상담원으로 근무 후, 다시함께상담센터 현장지원팀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집결지 현장방문 상담, 법률·의료·심리상담 등 지원,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란 성매매가 영업의 1차적이고 주된 목적인 업소가 10개 이상 밀집한 지역을 뜻합니다. 누군가는 그곳을 땅값이 비싼 곳, 빨리 정비 되어야 할 곳, 빨간 불빛이 켜지는 곳, 혹은 나와 관련 없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혐오적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고요.
저에게 집결지는 인권 유린과 성착취 피해가 드러나 있는 아픔의 공간이자, 우리와 같은 사람이 생존하는 곳입니다. 집결지를 방문하여 여성들의 고민과 삶의 여정을 듣다 보면, 그 끝에는 언제나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집결지를 일터나 생활하는 곳이 아닌 생존하는 곳이라 표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들은 정말 살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담자를 지원하며 벅찬 삶에 한계를 느끼는 사람, 삶의 끈을 놓고자 하는 사람, 놓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람,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꿈꿨던 상담원의 모습은 내담자의 어려움을 멋지게 해결해주는 사람이었는데, 현실은 법과 지원의 한계에 부딪혀,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눈앞에 놓인 문제에 절망하며 삶을 포기하고 싶은 내담자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더는 죽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내담자와 수없이 통화했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상담원 역할에 회의를 느끼던 시기에 내담자가 말했습니다.
지금 죽어도 내가 죽은 이유를 누가 알아줄까 생각했는데 내 얘기를 들어주어 고맙다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에 혼자가 아닌 것 같다고…
그렇게 우리는 삶의 끝자락에서 함께 일어섰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당면한 문제에서 벗어나 현재는 새로운 삶을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는 그때 상담원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내담자의 곁에 서서, 삶의 안정을 위해 함께 걷는 사람”
2년간의 현장지원팀 활동은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023년 진행했던 자연친화도시탐방 프로그램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참여자들과 함께 바닷길을 걷고, 밤에는 스파클라 폭죽을 흔들며 사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떤 단어를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나비♡’를 쓰기로 했습니다. ‘나비’는 여성들이 현장지원팀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스파클라를 힘껏 흔들며 환하게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함께 했던 여성들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