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활동가는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과 활동 이야기,
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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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이번 이웃집활동가에서는 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팀에서
1년간 반성매매 활동을 한 상담원의 소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내담자와 함께 성장하는 상담원의 이야기로 구독자 분들도 연대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노진영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건 공감 때문이었습니다. 16년도 강남역 여성 혐오 범죄를 계기로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느꼈던 불편함의 순간들이 나의 ‘예민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명명해주는 페미니즘으로부터 위로받으며 매료된 것 같습니다. 각자의 환경과 상황은 다르더라도 모두의 상처는 같아서, 그 아픔이 나의 아픔과 너무나도 닮아서 내가, 모두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때부터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꿈꾸게 되었습니다.
취업 주차는 대형 마트의 주차장과 같다던 한 트위터리안의 비유에 매우 공감하는데요. 때는 제가 취업 주차를 위해 족히 지하 50층까지 돌고 있는 것 같은 때였습니다. 여성 인권을 위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반성매매 활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8년 12월, 천호동 화재 사건을 접하던 날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좁은 복도와 쇠창살로 막힌 창문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탈출도, 구조도 어려운 현장으로 16분 만에 불이 진화되었음에도 사상자가 있다는 점이 큰 충격이었습니다. 16년도부터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음에도 위 사건을 접하고 나서야 어쩌면 저 역시 성매매는 여성의 자발성을 기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출발한 반성매매 활동은 제게 예민함의 방향을 설정할 줄 알게 해주었습니다. 다시금 저의 예민함으로 타인의 불편함을 기민하게 알아차리며, 함께 살아가고 싶은 저의 꿈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주차를 한 지 1년이 되어 이 글을 적고 있자니 이제 서야 반성매매 활동에 주차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네요
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팀에 주차하고 난 뒤, 연대의 다양성에 대해 배운 것 같습니다. 상담팀에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런 모양의 연대가 있구나.”, 상담 접근성 향상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며 “저런 모양의 연대가 누군가에게 닿고 있구나.” 배웠습니다.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여성들의 ‘자활’을 궁극적인 목표로, 탈성매매를 지속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무엇일지 고민하에 진행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차치하고 저는 이를 진행하며 함께한다는 즐거움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그중 조나단 라슨의 꿈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틱틱붐’ 관람 프로그램 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계획 인원보다 참여 인원이 적어 손톱을 물어뜯던 와중에도 서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진심을 내보이는 순간의 반짝거림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나눌 때 반짝거리는 우리가 용기 내어 한자리에 모였다는 연대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상담 접근성 강화 사업은 사각지대에 있는 성매매 경험 여성들에게도 우리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홍보를 진행하는 일입니다. 다양한 SNS와 플랫폼을 활용하여 우리의 존재를 외치는 일로써 한 명이라도 더 우리 손을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당신의 존재, 안부를 묻는 형태의 연대를 느꼈습니다.
문득 반성매매 활동이 참 외로운 싸움이라고 느껴질 때, 저를 살렸던 건 연대라고 생각하는데요. 누군가가 나와 함께 걷고 목소리 내고 있다는,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이 저를 수차례 살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시함께상담센터에서 배운 연대는 어쩌면, 서로를 살리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쯤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벌새’ 이야기를 하며 끝을 맺으려고 합니다. 벌새는 약 5cm로, 새 중 제일 작으나 초당 약 60회의 속도로 날개를 퍼덕이는 새인데요. 그 작은 새도 살기 위해 엄청난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뜻에서 영화 ‘벌새’는 이름 지어졌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쩌면 작은 벌새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전히 제가 좋은 상담원이 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의심됩니다. 좋은 상담원이 되는 길은 너무 험하고도 어려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자책하고, 집에 가 울면서 일기를 쓰기도 하지만 저는 좋은 상담원이 되길 꿈꿉니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보다 열심히 날갯짓을 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변함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