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지칠 때도 있겠지만, 완연한 여름만의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요? 푸르른 녹음과 쨍한 하늘, 열정적인 매미의 울음소리까지.. 님이 여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느끼시길 바라며
또, 우리 모두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원하며
7월의 이웃집 활동가를 준비해보았습니다.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모아나
청소년 시기 제가 살던 동네에 티켓다방*이 있었습니다. 군부대 인근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중학교를 졸업하고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방학 기간에는 서울에서 검은 차들이 와서 친구들을 데려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티켓다방: 커피, 차 등을 배달하는 다방 형태의 성매매 업소. 시간당 ‘티켓을 끊는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티켓다방으로 불림. 취약한 여성 청소년이 성산업으로 다수 유입되는 경로.
대학 시절, 술을 마시고 어슬렁거리며 귀가하던 중에 양복을 입은 남성이 저에게 대학생이냐고 묻더니 “대기업 다니는 높은 분들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궁금해하여,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알바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공짜 술도 먹고, 취업을 앞둔 제가 대기업의 높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니~ 그날 저는 명함을 받고 귀가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밤에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서 명함을 찾아보았지만, 귀가하던 중 분실하여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아르바이트를 찾다 보면 카페보다 5배나 돈을 많이 준다는 각종 아르바이트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토킹바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가 강남까지 가야 해서 포기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 대학생이었던 제가 밤길에 만난 그 남성을 따라갔다면, 돈을 벌어서 대학교 등록금도 내고 졸업도 하고 대기업도 갈 수 있었을까요? 제가 토킹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다시함께상담센터에 오기 전 오랜 기간 위기 청소년들을 만나왔습니다. 지속적으로 성매매 피해를 경험했던 청소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실무자였던 저는, 우리나라의 거대한 성산업 구조를 모른 채, 감히 청소년의 피해를 어쩔 수 없는 그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유독 성매매 여성에게 “자발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자발적이라는 말은 그 일을 할 때도 그만둘 때도 “남이 시키거나 요청하지 아니었는데도 자기 스스로 나아가 행했음”을 의미합니다. 여성의 신체가 돈이 되는 성산업 구조 안에서 과연 “자발적인 성매매”가 가능할까요? 길을 걷다 성매매를 권유당하고, 성매매가 5배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홍보되는, 이미 성매매가 가능한 이 세상에서 ‘자발적인’ 피해자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는 제 생애 각인된 티켓다방과 토킹바가 어디에도 없는, 성매매 없는 세상에 ‘자발적으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