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함께의 행보, 76호 라오스에서 온 편지 📭 - 신그리나 활동가 -
라오스에서 반성매매 활동가로 활약하고 계시는 신그리나 선생님께서 라오스 현지 내 한국인들의 성매매 ◦ 성착취 실태를 담은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폭력적인 현실에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관심을 가지고자 이를 공유합니다. |
|
|
라오스
‘라오스’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았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싸고 다양한 음식, 순박하고 친절한 현지인들의 모습. 네, 맞습니다. 제가 ODA 사업을 위해 라오스로 이주한 2021년에는 딱 그런 모습이었어요.
|
|
|
기억하시다시피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한국 교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의 라오스가 딱 좋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하셨어요. 한창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던 라오스였기에,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
|
라오스 관광 정책과 그늘
라오스 정부는 2022년 초반부터 관광 재개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입국 제한을 대폭 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오스는 다른 국가와의 직항이 많지 않은데, 유독 한국 직항은 하루 세 편이나 운항합니다. 그만큼 라오스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많다는 의미겠지요.
팬데믹 이후라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는데요. 실제로 마주한 현실은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식당, 카페 어딜가나 10-20대 라오스 여성들과 함께 있는 한국 중년 남성 그룹들이 눈에 띄었고, (듣고 싶지 않은데)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는 에스코트 형태의 성매매 관광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
|
|
지금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OO실장”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유흥주점과 남성 전용 마사지샵 광고가 교민 단톡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도우미 대기 중”라는 현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으며, 라오스 유흥업소를 홍보하기 위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골프 강사 등 라오스에서 다른 사업을 하는 교민들에게도 성매매 알선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소리가 왕왕 들려옵니다.
불과 지난 2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라오스 정부가 지정한 ‘관광의 해’입니다. 라오스 정부는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한국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이 그랬던 것처럼, ‘경제 발전을 우선시한다’는 명목 아래 여성 인권 실태에는 철저히 눈을 감고 있습니다. |
|
|
라오스 성매매와 인권
라오스는 연구나 출판이 자유롭지 않아 정확한 자료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성매매에 대한 정책이나 국가의 태도는 윤락행위등방지법 시절 한국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라오스는 1975년 이후 형법을 통해 성매매를 금지해 왔습니다. 법에 따르면 성매매에 연루된 여성, 구매자, 알선자 모두를 동일하게 처벌하게 되어 있지만, 실상 법의 칼날은 성매매 여성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라오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경찰의 부패인데요. 여행 카페 등에 남겨진 성구매 후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구매자나 업주들은 금품 제공을 통해 경찰의 단속에서 쉽게 벗어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04년 유엔 인신매매 방지 협약에 가입한 라오스는 2005년 인신매매 방지법을 제정하였습니다. 태국, 베트남, 중국과의 인접성으로 인해 국경을 넘는 인신매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법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연맹(Lao Women’s Union)의 내부 통계에 따르면, 인신매매 피해자의 70% 이상이 18세 미만 성착취 피해자들입니다. |
|
|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라오스 성매매 정보>
출처: "어릴수록 목석 많다" "꼬맹이 대여"…성매매 후기 봇물, 여행카페 맞아? 2024.9.12.
|
|
|
저는 라오스 여성폭력 예방 및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국립 성평등 증진 및 여성폭력 근절 센터> 설립을 지원하는 동시에 여성연맹 상담센터가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재정과 기술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91명의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했고, 그 중 76명이 성착취 피해자들(모두 18세 미만)이었습니다. |
|
|
모두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한 브로커에 의해 성매매 업소로 유입되었다가 경찰 단속을 통해 상담센터에 연계된 피해자들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가족 조사를 통해 귀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2~4주 정도 쉼터에 거주하게 됩니다. 라오스는 상담원이 피해자의 신체적, 심리적 상황 등을 고려해 입소 및 지원 기간을 결정하지 않고, 주로 경찰이 피해자의 가족들과 상의해 결정합니다. |
|
|
피해자들도 하루빨리 쉼터에서 퇴소하길 원하는데, 비엔티안 시내에 있는 쉼터 조사 주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피해자들이 직접 장작을 이용해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고, 인신매매와 여성폭력을 포괄하는 쉼터들의 특성으로 남성 피해자들과 한 공간에 머물러야 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직업훈련을 제공한다고는 하는데, 국수 만들기, 주스 만들기와 같은 1일 프로그램이 전부입니다. |
|
|
라오스에서 한국의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한국인들이 중심이 되어 우후죽순 빠르게 증가하는 성매매 산업, 100% 국제 원조에 의존한 열악한 피해자 지원 시스템, (같이 일하는 라오스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상담공무원들의 낮은 인식과 의지, 이런 현실 앞에서 라오스 사업 4년 차가 된 지금도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교민 단톡방에 성매매 광고가 올라오면 방장에게 민원을 넣는 일(그랬더니 성매매 정보 공유방이 별도로 생겼더라고요), 조금 용기를 내는 날에는 성매매처벌법의 처벌 조항을 단톡에 올리는 일(여기저기서 보복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개인 메시지를 받았고요), 한국인 대상 라오스 성매매 업소 정보와 후기를 번역하여 여성연맹 상담센터, 개발파트너, INGO에 배포하는 일(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식당에 붙어 있는 남성 전용 마사지샵 포스터를 떼달라고 주인장에게 요청하는 일, 이 정도가 제가 한두 명의 한국 동료들과 함께 라오스에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제가 처음 교민 단톡방에 성매매 처벌 조항을 올렸던 날, 한 분만이 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오셨어요. 한국에서 기생관광 문제를 주로 보도해온 전직 기자라고 밝히시며, 지금 라오스의 상황은 그때의 한국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하루 빨리 한국의 여성단체들이 움직이길 기대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지난 9월, 한국에서도 라오스 성매매 관광 문제가 큰 이슈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실상이 알려진 것은 다행입니다. 라오스 한국 대사관과 연대하여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에 대한 모니터링/규제, 한국 교민 대상 인식개선교육/정보제공, 라오스 성매매 관광의 심각성과 불법성을 알리는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 한국인에 의한 라오스 성매매 산업과 수요를 종식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시작할 때입니다. 한국 여성단체 및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대응을 요청드립니다.
|
|
|
🍂 24년 9월부터 10월까지, 다 함께 반성매매 🍂
다시함께상담센터의 활동들을 공유합니다. 각 이미지를 클릭하면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
24 성매매추방주간 온라인 캠페인
<하지만너는성매매알선자잖아> |
24 심리지원컨퍼런스
<심리상담, 성매매를 만나다> |
|
|
이번 다행은 어땠나요?
구독자분들과 늘 소통하고 싶은 다시함께입니다. 뉴스레터 관련 의견이 있다면 언제나 구글폼을 이용해주세요!
|
|
|
뉴스레터가 스팸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center@dasi.or.kr 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세요!
다시함께 뉴스레터를 외부에 추천하고 싶다면? 링크를 공유해주세요!
아쉽지만 수신거부를 희망하신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center@dasi.or.kr dasi_seoul@naver.com
서울특별시 동작구 여의대방로 54길 18 서울여성플라자 4층 다시함께상담센터 02-814-366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