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활동가는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과 활동 이야기,
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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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올해의 첫 ‘이웃집활동가’에서는 작년, 새롭게 반성매매 활동을 시작한 활동가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 사람의 시작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닿아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라며, 봄의 초입에서 인사드립니다.
노 스탑, 킵 고잉, 온 러빙
모모언니
멈춰 선 자리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감시사업팀에서 성매매·성착취 대응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모모언니라고 합니다.
성매매·성착취 대응사업은 성매매 산업의 구조를 파악하고 시민 제보를 바탕으로 신고와 고발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한 반성매매 이슈를 카드뉴스로 풀어내는 활동입니다.
작년 3월, 입사 직후 제가 맡을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반성매매 활동을 처음 시작한 신입에게는 어려운 업무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와 성매수자 커뮤니티를 처음으로 모니터링했던 날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어느 정도 익숙할 거라 생각했지만, 채 30분도 보지 못하고 창을 닫아버렸습니다. 성매매 알선자와 성매수자가 만들어낸 아주 납작한, 대상화된 이미지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에는 아주 오래 뒤척여야 했습니다.
분노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어서
저는 분노가 어떤 활동의 동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제 생각을 전할 때도 감정적 동조를 이끌어내기보다 논리와 사실로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성매매알선포털사이트와 성매수자 커뮤니티 속 여성들이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제한된 신체 부위로만 재현되는 것이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저 스스로도 쉽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많이 무뎌지기는 했지만,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가 잘 소화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얼굴조차 그리기 어려운 여성들을 떠올려봅니다.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안전한지, 슬픔은 없는지 꼬리처럼 이어지는 질문들 앞에서 오래 멈추게 됩니다.
작년 7월의 일기에는 “나는 오래 화내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지 여전히 나는 알지 못한다.” 라는 문장이 있었고, 10월의 일기에는 “바닥난 마음”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올해 1월의 일기에는 “지속 가능한 원동력이 뭘까?”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전의 일기에는 “여성에 대한 내 마음을 이어가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일상적인 거리 풍경 속에 스며든 성매매 알선 산업의 흔적, 2025년 현장조사 중 촬영 ]
끝까지 마음을 이어가는 일
여성이 온전한 존재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얼만큼의 노력과 갈등과 반박, 그리고 재반박이 있어야 할지 생각하면 아득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와 효과가 있는지 되묻게 되는 날도 많습니다. 마침 최근에 황정은 작가의 「작은 일기」에서 “내가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라는 문장을 읽고, 제가 오래 붙들고 싶었던 고민의 이름이 사실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붙들고 싶었던 것은 분노가 아니라 마음의 지속이었습니다. 성매매 산업이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납작한 이미지에 맞서, 그 너머의 삶을 끝까지 상상해보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저를 거창한 확신으로 밀어가지는 않지만, 시민제보를 하나 더 꼼꼼히 읽고 신고 문장을 한줄 더 다듬고 카드뉴스 문장을 더 오래 붙들게 합니다. 여성에 대한 마음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이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