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활동가는홀수달 마지막 주에 한 번씩 찾아와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의 삶과 활동 이야기,
활동 중 겪은 인상적인 경험, 그리고 활동가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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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이번 이웃집활동가에서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본인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반성매매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다시함께상담센터의 살림꾼 행정팀의 활동가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작지만 큰 실천을 이어가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함께 해주세요:)
내 자리에서 시작하는 반성매매 활동
김땡사무원
안녕하세요! 영광스럽게도 뉴스레터 100회 특집에 글을 쓰게 된 김땡 사무원이라고 합니다. 3년 전 이곳 다시함께상담센터에 입사하게 된 것은 사회복지시설 회계, 행정 업무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사회복지시설 회계, 행정 업무는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업무였습니다.
사실 저에게 반성매매 활동은 낯설었습니다. 제 업무는 행정과 회계였고 그저 숫자와 서류를 맞추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었고 사업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보면 저는 단순히 ‘사무원’으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성매매에 대해 그저 “불법”이라는 막연한 인식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하면서 성매매가 단순한 불법 행위가 아니라 경제 활동이 어려운 여성들은 돈으로 성매매에 유인되어 그 속에서 성착취를 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성매매 수익이라 할지라도 여성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알선자, 업주, 브로커 등이 착복하는 구조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성매매 문제의 본질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제가하는 일의 의미도 새롭게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숫자 뒤에 숨어 있는 활동과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하게 보았던 서류들이 반성매매를 위해, 불법 성산업 감시 사업 활동이나 피해자를 도와주기 위해 예산이 지출되고 있었습니다. 지출 내역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한다는 기록으로 다가오고 반성매매를 위한 밑거름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그렇게 문서와 숫자 너머 제 업무가 가진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게 느껴졌습니다.
활동가들이 피해자를 만나거나 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지출은 활동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그 지출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것 역시 반성매매 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서류 처리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피해자 지원과 활동의 기반을 지탱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돈이 쓰이지 못하면 활동의 가능성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무원이라 할지라도 숫자와 문서 너머의 이야기를 배우고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한 조각이 될 수 있고, 반성매매 활동은 거창한 구호나 특별한 행동만이 아니라 내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앉아 있는 자리는 화려하지도,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반성매매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제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 자리에서 꾸준히 이 길을 지켜가고 싶습니다. 작고 보이지 않지만 반성매매 활동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길에 함께하고 싶습니다.